사랑하며/詩 와 글

연탄 한장

imoon 2010. 11. 20. 02:24
 - 안도현


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 
삶이란 
나 아닌 그 누구에게 
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 

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 
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 
연탄차가 부릉부릉 
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 
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 
연탄은,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 
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 
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 
온 몸으로 사랑하고 
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 
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 

생각하면 
삶이란 
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 
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 
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 
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, 나는